궁(宮)에 살다Ⅰ, 116.8 ×80.3 cm 재료 장지에 먹, 2022
궁(宮)에 살다Ⅰ, 116.8 ×80.3 cm 재료 장지에 먹, 2022

궁에살다 (Live in the Korean Palace)

   고궁을 거닐다 꿈에서 보았던 그곳이 생각났다. 그곳은 꽃과 식물이 만발한 동산 같았고 아름답고 평화로웠다. 그곳에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만 있을 뿐 소멸은 없었으며 아무 걱정도 없이 오로지 평화로움만이 존재했다. 신비롭고 다채로운 컬러들의 향연이 이어지고 색과 색들이 서로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그곳은 늘 내가 상상해 왔던 꿈에 그리던 장소였다. 모든 생명체는 천진난만한 얼굴들을 하고 있었고 너무 들뜨지도 않고 너무 가라앉지도 않은 그야말로 편안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그곳은 내가 찾던 이상세계였다.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던 이상세계를 꿈을 통해 만나게 된 이야기를 조감도식으로 궁궐과 융합하여 작품에 담았다.

궁(宮)에 살다 Ⅳ, 116.8 ×80.3 cm, 장지에 분채, 2022
궁(宮)에 살다 Ⅳ, 116.8 ×80.3 cm, 장지에 분채, 2022

 고궁을 거닐다 진짜 '나'를 발견했다

   고궁을 걷다가 그곳의 지나온 시간을 느껴본다. 겉으로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 무너지고 일어서는 수많은 험난한 과정과 시련이 있었던 무수한 세월을 생각하니 내가 연연하고 있던 것들에 대해 초연한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 담긴 긴 세월 앞에서 나는 오늘도 깨달았다. 결국엔 내가 놓지 못하고 있던 것은 나를 스스로 묶어둔 밧줄이었던 것을 알아차렸다. 흔들리고 부딪혔던 긴 세월 폭풍 속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냈던 고궁에서 깨달음을 얻어 이제 나는 나를 묶고 있던 끈을 놓아버리고 잔잔한 파도 위에 배를 띄워 새로운 인생의 항해를 시작한다